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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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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에프엑스(f(x))'가 없다니…

'K팝 개척사' SM엔터테인먼트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11~12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친 '에스엠타운 라이브 2025 [더 컬처, 더 퓨처] 인 서울(SMTOWN LIVE 2025 [THE CULTURE, THE FUTURE] in SEOUL)' 라인업을 처음 마주하고 완전히 흡족했다면 거짓말이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2.5세대 대표 K팝 걸그룹 '에프엑스(f(x))'의 부재였습니다. 데뷔곡 '라차타(LA chA TA)'를 시작으로 '일렉트로닉 쇼크' '핫 서머' '미행(그림자: Shadow)' 등을 남긴 이 팀은 대형 기획사 중 가장 진보적인 SM의 성질을 대변합니다.

그런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초신성 걸그룹 '에스파'의 '첫 사랑니' 무대를 본 뒤엔 그 아쉬움이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걸그룹의 소녀성(少女性)을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되게 변주한 f(x)의 원곡 무대보다 더 힘차진 이들의 '첫 사랑니'는 지금 시대에 맞는 '환유의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SM 특질의 원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다른 식으로 보여준 거죠.

레드벨벳의 소녀시대 '런 데빌 런', 웨이션브이(WayV)의 샤이니 '줄리엣', 라이즈의 동방신기 '허그', NCT 드림의 엑소 '러브 미 라이트', NCT 위시가 슈퍼주니어 '미라클', NCT 127이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엑소가 H.O.T의 '투지'를 재해석한 무대는 SM의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동방신기가 후배 걸그룹 레드벨벳 '사이코', 보아가 샤이니 멤버 고(故) 종현의 '하루의 끝(End Of A Day)'를 부르는 장면은 시간에 대한 다른 질감을 선사했습니다. 1세대 K팝 대표 걸그룹 S.E.S의 '드림스 컴 트루'를 S.E.S의 리더 바다 그리고 에스파 카리나·윈터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시간의 공존이었죠.

결국 이런 일련의 장면들은 SM의 30주년은 SM과 K팝의 완성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걸 보여준 것이기도 했죠.

SM이 30주년을 맞아 강조 중인 '헤리티지(heritage)', 즉 유산은 SM이 타 기획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K팝의 모든 첫 장면엔 SM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시절을 포함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하이브(HYBE)가 '방탄소년단'(BTS) 이후 가장 큰 K팝 기획사가 됐음에도 2년 전 SM 인수를 시도한 이유 중 하나는 K팝 유산의 맥락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는 3세대 대표주자인 방탄소년단 이전 1, 2세대의 공백이 있거든요. SM은 현재 5세대까지 각 세대별로 빠짐 없는 리스트를 보유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2008년 첫 SM타운은 보지 못했지만, 2010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두 번째 SM타운부터 국내에서 열린 웬만한 SM타운은 다 봤습니다. 2010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10 월드투어'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팝의 본고장에서 K팝에 열광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SM이 제작에 참여한 영국 보이그룹 디어앨리스가 합류한 이번 SM타운은 또 다른 풍경을 빚어냈습니다.

이번 고척돔 공연도 그렇지만, SM타운은 아티스트들도 팬들도 SM 유산을 물려받는 자리가 아닌가 해요. SM 브랜드의 마니아를 가리키는 '핑크 블러드' 혹은 '슴덕'(SM 덕후)들은 이번 '슴콘'(SM콘서트의 약칭)의 타임 캡슐에 동봉된 포토카드 교환을 위해 나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현장을 고척돔 앞에서 지켜봤습니다. 슈봉(슈퍼주니어 응원봉), 에리디봉(엑소 응원봉), 라브봉(라이즈 응원봉)을 모두 들고 와 무대 마다 번갈아 가며 드는 슴덕도 봤지요. 특히 최근 집회에서 뛰어난 발광력을 자랑하며 화제가 된 NCT의 '돈까스 망치', 아니 '믐뭔봄'은 괜히 더 반가웠습니다.

K팝은 접하면, 접할수록 미스터리합니다. 그렇게 열광했는데, 그럼에도 한 때 잊고 있었는데, 어느 기회로 한 번 풀려나오면 현재의 생을 긍정하는 삶의 찬가로 들리거든요. K팝이 태동하던 시기만 해도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거 같아 보이던 이 장르는, 마니아들의 삶의 복원력을 증명해내며 '덕질의 순기능'을 만들었습니다.

SM타운은 그 개별적인 삶이 하나로 통합되거나 압축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사전 공연을 포함하면 무려 일곱 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을 본다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안엔 단지 공연 관람만 있지 않습니다. 모녀는 1세대와 5세대 팬덤 차이를 논하고, 혼자 온 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귑니다. 그렇게 고척돔에 또 다른 타운, 도시가 만들어집니다. 도시는 공동체들의 연결체입니다. 각 좋아하는 팬덤의 연결 혹은 연대인 SM타운은 K팝 도시를 만들어냅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덕질이 사회적으로 환원되는 순간이죠.

그래서 H.O.T. 정규 3집(1998)에 실린 곡으로 'SM타운 라이브'의 상징이자 SM 사가(社歌)로 통하는 '빛'은 이날 고척돔에서 만큼은 사회 사가(社歌)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증명한 것처럼, 일련의 사회 현상에서 이미 K팝은 빠질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됐으니까요. SM이 그 축을 이뤄온 사실을 SM타운이 새삼 증명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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