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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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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서 코드 이름도 잘 몰라 손을 보고 카피하며 음악을 했었다. 악보를 그리는 것을 선배들에게 배웠다."(신재평)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업계로 우리가 들어가고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삶이 유지가 되는 건지, 그런 것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두려움이 있었다."(이장원)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두 수재 공학도인 신재평(44·기타)과 이장원(44·베이스)은 카이스트에 입학해서 바로 교내 밴드 활동을 했다. 하드록 동아리였던 신재평은 '데이', 포크록 동아리였던 이장원은 '삼각주먹밥과 곤약젤리들'에 몸 담았다.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악보가 전선처럼 얽혀 있던 이들은 자신들이 결성한 밴드 '페퍼톤스'가 20년 넘게 팀을 유지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EBS 1TV '스페이스 공감' 명반 시리즈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페퍼톤스 그룹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명반 시리즈는 개관 20주년을 맞은 '스페이스 공감'이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으로 선정된 앨범을 집중 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다. 페퍼톤스의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이 명반으로 꼽히며 이들이 올해 첫 번째 주자로 나서게 됐다.

'후추처럼 톡톡 튀는 일상의 양념 같은 음악'을 표방하며 탄생한 페퍼톤스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따스한 진심이 담긴 노래를 선보이며 '뉴테라피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비기너스 럭'은 두 멤버에게도 의미가 깊다. 보컬의 성별이나 음악의 편성 등 많은 것들로부터 멤버들이 직접 변화를 선택한 앨범인 까닭이다. '페퍼톤스 음악을 낯설게 들으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달리 이 앨범은 명반의 반열에 올랐다.

이장원은 "항상 공연 때 들려드리는 사운드가 음반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가 해내는 곡이 있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히며 객원 보컬 중심에서 본인들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비기너스 럭'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신재평도 "페퍼톤스에 데뷔 앨범은 두 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장은 처음 낸 음반이고, 또 한 장이 '비기너스 럭'이다. 노래를 부르는 싱어의 성별이 바뀌었고, 음악 편성도 상당히 바뀌었다. 만들면서도 음악을 듣던 분들이 낯설게 듣지 않을까 걱정했고, 욕먹고 다음 음반 못 만들 수 있지 않을지 그런 걱정을 하며 만든 음반"이라고 부연했다.

신재평은 자신들의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인생의 어느 시절에 최선을 다해서 만든 음반들이 그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이름들로 이름 붙여져서 남아있구나 싶다. 나중에 노인이 됐을 때 '어떤 일들을 하면서 살았니?' 물었을 때 '페퍼톤스 노래 들어봐'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원은 "0에서 100까지 우리의 생각과 의지로 만들어낸 페퍼톤스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자랑거리인 것 같다. 20년 전에는 페퍼톤스를 '우리 둘만의 위대한 소꿉장난'이라고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둘이 집 한 채를 지은 것 같다. 이제 잘 가꿔나가서 문화재가 되면 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두 사람은 "늘 함께해온 친구지만 더욱더 든든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힘차게 갈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20주년 축하하고 20년 수고 많았다. 무병장수해서 10년씩 계속 쌓아가 보자"라고 서로를 향한 진심을 나눴다.

페퍼톤스는 이 방송에서 '비기너스 럭' 수록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라이브 무대까지 보여줬다.

아주대학교 응원단 '센토(Centaur)'가 함께 한 '행운을 빌어요'를 비롯해 '러브앤피스', '바이킹', '21세기의 어떤 날' 등 명곡 퍼레이드를 펼쳤다. EP '오픈 런(Open Run)'의 수록곡 '계절의 끝에서'까지 들려줬다.

페퍼톤스가 가장 최근 발매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 타이틀곡 '라이더스'는 유튜브 채널 스페이스 공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스페이스 공감'의 '명반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45분 방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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