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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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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무역 정책에 놀란 사람들이 81년 전 체결된 브레튼우즈 협정의 현대판인 ‘마러라고 협정’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추측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4년 7월 수백 명의 각국 경제 당국자들이 미 뉴햄프셔 주 브레튼우즈의 한 호텔에 모여 전후 국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탄생한 브레튼우즈 협정이 이후 국제 무역의 기반이 돼왔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스티븐 미란 의장이 작성한 41쪽의 “글로벌 무역 체계 재구성 안내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라는 글을 계기로 브레튼우즈 협정을 대신하는 ‘마러라고 협정’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각국의 은행가,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의회 보좌관들까지 이 문서를 읽으며 불규칙한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해하는 단서를 찾고 있다.
미란은 미국 무역 상대국들의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 일방적인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미국 수출품이 너무 비싸진 반면 수입품은 저렴해져 미국의 제조업과 산업 생산이 쇠퇴했다면서 무역 전쟁을 통해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마러라고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없다. 트럼프는 관세가 타국의 대미 수입품 관세를 낮추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으며 미란도 미 정부가 글로벌 통화협정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미란의 주장은 미 달러가 강세를 지속해야 한다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입장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란의 글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이해하려는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일부 분석가들은 당장 ‘마러라고 협정’이 추진되지 않는다고 해도 미 정부가 새로운 통화 협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제조업 부흥이라는 트럼프의 목표가 미국 수출품에 대한 각국 관세 인하만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란이 제시한 비전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보좌관들이 인위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한 나라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미란이 제시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특히 트럼프가 미란을 발탁한 계기가 바로 이 문서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회사 언리미티드의 밥 엘리엇 CEO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 의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 많지 않다. 투자자들 사이에 미란의 문서가 이를 잘 설명하는 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단편적이고 무질서한 조치들 속에서 글로벌 무역 및 금융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려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애덤 투즈 경제사 교수는 미란 문서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경향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광대 차량이 어디고 갈지를 아무도 모른다. 내부인조차 그렇다. 그럼에도 합리적 요소를 찾으려 한다”고 비꼬았다.
스티브 카민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미란이 강한 달러의 단점을 과장하고 장점을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처럼 통화 가치가 낮은 나라조차도 기술 발전에 따른 탈산업화로 제조업 고용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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