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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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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찰리 푸스(Charlie Puth·33)가 "제 2의 집(second home)"이라고 외치는 순간, 딴 생각이 들었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교과서에 박제돼 있던 말로 여겨진 '비상계엄'이 살아 있는 화석이 된 황당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국을 고향이라고 표현했으니, 열쇳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푸스가 집이라고 생각할 만한 편안함과 따뜻함을 지금 한국은 갖고 있을까?
영하의 날씨에도 약 90분간 후끈 달아오른 고척돔은 그 열쇠로 따고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정경의 최대치였다. 고척돔에서 열리는 콘서트 수용 규모 최대치인 2만5000명이 운집, 이들이 '아이 돈트 싱크 댓 아이 라이크 허(I Don't Think That I Like Her)'에서 스마트폰 플래시를 일제히 흔드는 모습은 푸스가 두 번째 고향이라고 느낄 만한 풍경이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직선 거리로 약 7㎞ 떨어진 여의도에서도 스마트폰 플래시를 든 젊은층이 다수 운집했다.
혼란이 젊은 속에 들어온 시대다. 삶 자체를 살기에도 분주한데, 세월의 상처가 파고든다. 젊음의 고요함은 온전한 안부가 아니다. 생동하는 이 때의 열정은 어떻게든 표현해야 한다.
푸스와 함께 하는 이날 고척돔 공연은 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내한공연에도 나이테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하며 한국 팬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그는 음악으로 시름을 잠시 잊고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외 뮤지션은 내한공연을 주기적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생장의 차이로 내한공연 간에 자연스레 고리가 생긴다. 특히 푸스의 내한공연은 거듭될 때마다 공연장이 커지고 관객이 많아지는 모습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여러 겹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K팝계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른바 '계단식 성장'이다. 2016년 첫 내한에선 2000명 규모의 예스24라이브홀, 2018년 두 번째 내한 때는 8500명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차례 공연, 5년 만인 작년 10월 공연은 총 세 차례 공연해 4만5000명을 끌어모았다. 이날과 8일 공연하는 이번엔 회당 2만5000명씩 총 5만명이 운집하게 된다. 이 정도면 국민 팝스타인 셈이다.
지난 9월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던 브룩 샌슨(Brooke Sansone)과 결혼한 뒤 푸스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과 여유 있는 태도도 믿음을 쌓았다.
이런 신뢰의 기반은 당연히 음악이었다. '돈 포 미(Done For Me)'에서 들려준 낭창낭창한 보컬, '어텐션(Attention)'과 '찰리 비 콰이어트!(Charlie Be Quiet!)'의 그루브는 푸스 자체가 팝이었다.
비지스의 '하우 집 이즈 유어 러브(How Deep Is Your Love)'의 재해석은 감미로웠다. 원곡에서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피처링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 또 원곡에서 더 키드 라로이와 저스틴 비버가 피처링한 '스테이' 등 히트곡 퍼레이드는 떼창의 순간들이었다.
'아이 돈트 싱크 댓 아이 라이크 허'를 부를 때, 자신의 손과 관객들의 손을 부딪히며 플로어석을 가로지든 뒤 플로어석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중앙 섬무대에선 '마빈 게이', '댄저러슬리(Dangerously)' 등을 불렀다.
또 새 앨범을 쓰고 있다며 음원으로 신곡도 미리 들려줬다. 푸스는 "완전한 이 곡을 들으려면 좀 더 참아야 한다"면서 '페이션트'(patient·참을성 있는)를 연이어 들려주는 위트도 발휘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 유 어게인'. "다시 만나게 되면 다 말해줄게 / 다시 만나게 되면"(Oh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 When I see you again) 이 곡은 공연의 마지막이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 유 어게인'은 항상 위로가, 이별가 그리고 약속가의 순환고리를 만들어냈다. 푸스의 두 번째 고향이니 다섯 번째 내한공연은 멀지 않은 날짜에 다시 잡힐 것이다.
지금은 대체로 혼란스럽지만, 이날 열정과 위안은 소란을 딛고 얻은 뜨거움이라서 더 귀했다. 진정한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되기를.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찰리 푸스(Charlie Puth·33)가 "제 2의 집(second home)"이라고 외치는 순간, 딴 생각이 들었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교과서에 박제돼 있던 말로 여겨진 '비상계엄'이 살아 있는 화석이 된 황당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국을 고향이라고 표현했으니, 열쇳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푸스가 집이라고 생각할 만한 편안함과 따뜻함을 지금 한국은 갖고 있을까?
영하의 날씨에도 약 90분간 후끈 달아오른 고척돔은 그 열쇠로 따고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정경의 최대치였다. 고척돔에서 열리는 콘서트 수용 규모 최대치인 2만5000명이 운집, 이들이 '아이 돈트 싱크 댓 아이 라이크 허(I Don't Think That I Like Her)'에서 스마트폰 플래시를 일제히 흔드는 모습은 푸스가 두 번째 고향이라고 느낄 만한 풍경이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직선 거리로 약 7㎞ 떨어진 여의도에서도 스마트폰 플래시를 든 젊은층이 다수 운집했다.
혼란이 젊은 속에 들어온 시대다. 삶 자체를 살기에도 분주한데, 세월의 상처가 파고든다. 젊음의 고요함은 온전한 안부가 아니다. 생동하는 이 때의 열정은 어떻게든 표현해야 한다.
푸스와 함께 하는 이날 고척돔 공연은 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내한공연에도 나이테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하며 한국 팬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그는 음악으로 시름을 잠시 잊고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외 뮤지션은 내한공연을 주기적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생장의 차이로 내한공연 간에 자연스레 고리가 생긴다. 특히 푸스의 내한공연은 거듭될 때마다 공연장이 커지고 관객이 많아지는 모습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여러 겹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K팝계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른바 '계단식 성장'이다. 2016년 첫 내한에선 2000명 규모의 예스24라이브홀, 2018년 두 번째 내한 때는 8500명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차례 공연, 5년 만인 작년 10월 공연은 총 세 차례 공연해 4만5000명을 끌어모았다. 이날과 8일 공연하는 이번엔 회당 2만5000명씩 총 5만명이 운집하게 된다. 이 정도면 국민 팝스타인 셈이다.
지난 9월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던 브룩 샌슨(Brooke Sansone)과 결혼한 뒤 푸스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과 여유 있는 태도도 믿음을 쌓았다.
이런 신뢰의 기반은 당연히 음악이었다. '돈 포 미(Done For Me)'에서 들려준 낭창낭창한 보컬, '어텐션(Attention)'과 '찰리 비 콰이어트!(Charlie Be Quiet!)'의 그루브는 푸스 자체가 팝이었다.
비지스의 '하우 집 이즈 유어 러브(How Deep Is Your Love)'의 재해석은 감미로웠다. 원곡에서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피처링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 또 원곡에서 더 키드 라로이와 저스틴 비버가 피처링한 '스테이' 등 히트곡 퍼레이드는 떼창의 순간들이었다.
'아이 돈트 싱크 댓 아이 라이크 허'를 부를 때, 자신의 손과 관객들의 손을 부딪히며 플로어석을 가로지든 뒤 플로어석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중앙 섬무대에선 '마빈 게이', '댄저러슬리(Dangerously)' 등을 불렀다.
또 새 앨범을 쓰고 있다며 음원으로 신곡도 미리 들려줬다. 푸스는 "완전한 이 곡을 들으려면 좀 더 참아야 한다"면서 '페이션트'(patient·참을성 있는)를 연이어 들려주는 위트도 발휘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 유 어게인'. "다시 만나게 되면 다 말해줄게 / 다시 만나게 되면"(Oh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 When I see you again) 이 곡은 공연의 마지막이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 유 어게인'은 항상 위로가, 이별가 그리고 약속가의 순환고리를 만들어냈다. 푸스의 두 번째 고향이니 다섯 번째 내한공연은 멀지 않은 날짜에 다시 잡힐 것이다.
지금은 대체로 혼란스럽지만, 이날 열정과 위안은 소란을 딛고 얻은 뜨거움이라서 더 귀했다. 진정한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되기를.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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