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좌절' 이기흥, 비위 혐의·문체부와 갈등 속 씁쓸한 퇴장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이 각종 비위 혐의,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 속에 씁쓸하게 퇴장했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후보는 총 1209표 중 379표를 얻어 낙선했다.

이기흥 후보는 417표(34.5%)를 얻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에 단 38표 차로 밀려 고배를 들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초대 수장에 오른 뒤 2021년 1월 제41대 회장에 선출된 이기흥 후보는 31~33대 회장을 지낸 김운용 전 회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3선을 노렸지만, 불발됐다.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선거인단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지정선거인' 제도가 현 회장인 이기흥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여기에 야권 단일화가 불발되고 무려 6명의 후보가 경쟁하면서 이기흥 후보에 판세가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기흥 후보의 낙선이었다.

문체부와의 첨예한 갈등, 각종 비위 혐의 등이 이기흥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후보는 재임 시절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여러 체육 정책 등을 두고 오랜 기간 대립했다.

국무총리 산하 민관 합동 기구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인사 구성, 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등으로 대립했고, 지난해 6월에는 문체부가 선수촌 시설 관리 용역 계약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대한체육회가 연임 제한 폐지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결의해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문체부는 체육회의 해당 정관 승인 요청을 불허했다.

이기흥 후보가 3선에 도전하려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했는데 이를 두고도 문체부와 갈등을 겪었다. 문체부가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과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체육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기흥 후보는 정부와의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대립각을 더욱 첨예하게 세웠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체육인의 피로도는 높아져 갔고, 체육계의 불안함과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각종 비위 혐의는 체육계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해 11월10일 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기흥 후보 등 8명을 직원 부정 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 낭비(배임)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검찰,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기흥 후보의 회장 직무에 대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체육회장 재임 이전에도 이기흥 후보는 비위 혐의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2005년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은 이기흥 후보는 관급공사 수주 및 로비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는데, 형이 확정된 지 6일 만에 특별 사면됐다.

이기흥 후보가 대한수영연맹 회장 시절이었던 2010~2016년에도 문제가 불거졌다. 수영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으로 수영연맹 임원이 구속됐고, 수영연맹은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당시 이기흥 후보는 법적 처벌을 피했다.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던 이기흥 후보가 또 비위 혐의를 받자 3선 출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는 한층 거세졌다.

이기흥 후보는 거센 비판에도 3선 도전을 이어왔으나 체육계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유권자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각종 비위 혐의에도 이기흥 후보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투표를 앞두고 실시한 정견 발표에서도 "많은 조사를 받았지만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며 일을 해왔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이야기해 드린다"고 했다.

선거 결과 낙선하면서 이기흥 후보에 대한 검경 수사는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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