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그라운드 떠나는 구자철이 한국 축구에 전한 2가지 당부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프로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 잔디는 제도적 개선을 해서라도 바꿔야 한다."

한국 축구에 족적을 남긴 미드필더 구자철(36)이 축구화를 벗고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18년 동안 누볐던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2가지를 당부했다.

구자철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데 함께 했던 멤버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며 "긍정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로, 팬들을 기쁘게 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며 축구화를 벗는 소감을 전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올림픽 단상에 올랐던 기뻤던 추억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당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던 지난날 등을 되돌아봤다.

지난 2007년 프로축구 K리그1 제주SK에서 프로 무대를 밟은 그는 볼프스부르크,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이상 독일), 알 가라파(카타르)를 거쳐 친정팀 제주로 복귀한 뒤 18년 간의 축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국가대표로서는 월드컵 2회(2014·2018년), 아시안컵 3회(2011·2015·2019년) 출전 그리고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한국 축구 최초의 메달 획득(동메달) 등을 달성한 바 있다.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 HD)과 함께 2010년대 한국 축구의 황금기 삼인방 중 한 명이었던 구자철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한국 축구를 생각했다.

먼저 구자철은 프로 선수의 태도에 대해 짚었다.

그는 "제주에서 뛸 때 후배들에게 항상 '프로 선수는 이 사회의 어린이들에게는 꿈이 됐으면 좋겠고, 동경의 대상이 돼야 하며 배울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프로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에서 국민 스포츠로 평가받는 축구 종목의 중요성과 단순 국가대표를 넘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서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프로 선수가 물의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한국, 유럽 등에서 활약하며 쌓은 경험 중 프로 선수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자세인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후배 축구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 구자철이었다.

또 구자철은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태도뿐 아니라, 축구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잔디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경기장은 매년 여름이면 벌거숭이 잔디 문제에 시달린다. 유독 더운 지역적 특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보다는 관리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구자철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K리그에서 뛰고 12년 만에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으며 행정적인 부분도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한국 축구 시장의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왔던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기 때문"이라며 "어디에 기준을 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의 한국 축구는 다른 나라들보다) 훌륭한 인프라에서 축구하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잔디를 바꿔야 한다. 잔디가 기본"이라고 짚었다.

또 그는 "날씨가 더우니 잔디가 상하는 건 맞지만, 그걸 핑계 삼아 방치할 수는 없다. 선수들이,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이 피해를 본다"며 "잔디는 제도적 개선을 해서라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철은 선수로 은퇴는 하지만, 축구 현장을 떠나는 건 아니다.

친정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구자철은 "좋은 선수 발굴해 내고, 그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잘 정착하고, 한국 축구에 큰 대들보가 되도록 돕는 게 나의 중요한 목표"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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