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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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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화 '러브레터'(1995·감독 이와이 슌지)로 각인된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1970~2024)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초중반까지 풍미한 아이돌이기도 했다.

아이돌 가수로서 '미포린(ミポリン)'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녀는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가요 축제 NHK '홍백가합전'에 7년 연속 출연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1980년대 '뉴진스' 멤버 하니가 커버한 '푸른 산호초' 주인공인 마쓰다 세이코를 비롯 나카모리 아키나, 고이즈미 교코 등 당대 톱 아이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80년대 말엔 시즈카 구도, 미나미노 요코, 아사카 유이와 함께 일본 여자아이돌 4대천왕으로 통했다.

대표곡 중 하나는 1992년 발매한 25번째 싱글 '세상 누구보다 분명'(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이다.

팝 록밴드 '완즈(WANDS·ワンズ)와 협업한 이 곡은 180만장을 넘는 밀리언셀러 히트를 기록했다. 1994년 나카야마가 발표한 '그저 울고 싶어져'(ただ泣きたくなるの) 역시 밀리언이 됐다. 당시 1980년대에 데뷔한 여성 가수가 2편의 밀리언 히트를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분명'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200만장에 달한다.

'세상 누구보다 분명'은 무엇보다 1990년대 일본에서 소프트 록 장르의 흥행을 이끈 주요 노래 중 하나다. 계절이 계속 바뀌어도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분명하다고 노래한다. 나카야마와 완즈의 보컬 우에스기 노보루가 공동 작사했다.

이 곡을 통해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우에스기는 나카야마 사망 소식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나카야마 미호는 제게 인생의 은인 중 한 명이다.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고, 그저 놀라고 막막할 뿐"이라고 애도했다.

'세상 누구보다 분명' 크레디트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작곡가 오다 테츠로다. 19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누린 아이카와 나나세 등을 발굴한 거물 프로듀서인 그는 일본 록 밴드 '자드(ZARD)'의 6번째 '지지 말아요'(負けないで) 등 '세상 누구보다 분명' 같은 세련되고 아련한 멜로디를 지닌 소프트 록 프로듀싱 능력이 탁월하다.

나카야마의 보컬은 이런 소프트 록의 애틋하게 벅차오르는 사운드에 동경과 회한을 동시에 심어줬다. 변화하는 세월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을 빚어내며 듣는 사람을 타자화하지 않았다. 청자가 향수에 근접한 삶을 살도록 만들어줬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린 '세상 누구보다 분명'은 리메이크도 여러 차례 됐다. 1인 밴드 '포지션'의 '그해겨울은'(2000), 밴드 '더 넛츠'의 '사랑의 바보'(2004)가 '세상 누구보다 분명'을 재해석한 것이다.

지난 9월 MBN '한일톱텐쇼' 15회에서 일본 가수 후쿠다미라이(福田未来)·나츠코(natsuco)가 부르기도 했다.

나카야마는 지난 6일 도쿄 시부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얗게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서 저편에 있는 연인을 위해 외치던 그녀의 목소리는 평안하지 않은 시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 "오겡키 데스카"(잘 지내고 있습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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